제주에 가서 처음 맑은 날이라 좀 무리를 한 날이네요.
정리하다 보니 힘든 일정인데 어떻게 다 갔나 싶기도 하네요.
톰톰 카레를 먹고 지미봉으로 향했습니다.
지미봉은 종달리에 위치하고 있어서 버스를 타고 갔고요. 내려서 도보로 움직였어요.
201번 버스를 약 15분 정도 타고 종달리에서 하차 하여 네이버 지도를 보며 좀 걸었더니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항상 생각하던 오름은 주변에 무언가가 넓게 펼쳐지고 나무가 그리 많이 없었는데 지미봉은 아니더라구요. 가서 알았지만... 그냥 정말 산이였어요.
용눈이 오름 같은 그런 오름일 줄 알고 아무런 정보 없이 간 저는 그래도 올라갔답니다.
거기까지 간 게 아깝더라고요.
생각지도 못한 등산을 시작했어요.
딱 봐도 등산로죠? 생각보다 나무들이 무성하고 산이다 보니 혼자 올라가는 게 조금 무섭더라고요.
다른 오름들은 주변이 탁 트여서 혼자 올라가도 주변에서 대부분 보이잖아요.
지미봉은 그렇지 않아요. 무서움을 타는 여자분들은 혼자 가시는 건 비추합니다.
그리고 가서 느낀 건데 여긴 등산화 신어야겠더라고요.
생각보다 경사가 좀 있어요.
반대편에서 내려오시는 어머님들과 아버님들이 중무장하신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전 물도 없이 갔어요. 하하하- 원래 오름은 물 없이도 갈 수 있잖아요?
아 내려갈까 하는 순간 나무 사이로 보이던 바다.
저 풍경을 보니깐 못 내려가겠더라고요.
힝- 반밖에 안 올라왔는데-
그래서 열심히 올라갔습니다. 내일 내 다리가 어떻게 될지는 생각지도 않고 열심히-
아 드디어 도착한 정상! 우워어어어-
감탄이 정말 나오는 뷰였어요. 파노라마로 찍어 봤는데요.
정말 멋있지 않나요? 올라간다고 땀을 한 바가지 흘렸거든요.
바람에 땀과 열기는 식어가고 눈 앞에 탁 트인 바다가 보이니 정말 너무나 감격스러웠어요.
감탄사를 연신 내뱉게 되는 그런 곳. 이 부라면 올라온 보람이 있더라고요.
제가 올라갔을 때 오른쪽으로 보이는 뷰예요
저게 성산일출봉으로 알고 있어요. 혼자 가서 맞나 아닌가 지도 꺼내 보고 ㅋㅋㅋ
저건 우도. 되게 가깝게 보이죠?
우도가 이렇게 보일 줄이야- 위에 파노라마 사진을 보면 우도와 성산일출봉이 참 가깝게 있어요.
지미봉이 동쪽에 있기 때문에 일출 보는 걸 추천하시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하지만 꼭 몸과 마음의 준비를 하고 오시길.
이건 내륙이 보이는 쪽. 오늘은 가시거리가 좋아서 저 멀리 오름들도 보이네요.
한참 바람을 맞다가 멍 때리다 보니 시간이 훌쩍 갔더라고요.
다음 일정이 두 개나 더 있는데. 반대로 내려갈까 하다가 괜히 길 잃어버릴까 봐;;ㅋ
쫄보는 왔던 길을 다시 선택했습니다.
내려오는데도 다리가 후들후들. 역시 산은 올라갈 때보다 내려오는 게 더 힘든 거 같아요.
다 내려와서 버스정류장에 가면서 본 지미봉.
그래 만만치 않게 생겼구나. 내일은 다리가 소멸될 수도 있을 거 같아요. 흑 ㅠ
지미봉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 산 3-1
표고 166m, 비고가 160m쯤 되는 가파르게 경사진, 북향으로 말 굽진 분화구가 있는 오름
그래도 그다음 목적지인 소심한 책방으로 꿋꿋하게 향했습니다. 뚜벅이는 오늘도 열심히 걷고 걷고 그렇게 도착한 소심한 책방.
이곳은 제비 달방 언니가 아르바이트를 했었던 곳으로 종달리 가면 가봐야지 했던 곳이었어요.
작은 책방. 제주에도 책방들이 꽤 많았는데요. 리스트 중에는 여기밖엔 못 가봤네요.
내부는 이렇게 책들이 가득하고요. 제가 갔을 땐 아시죠?
평일 낮엔 이렇게 한가했답니다. 저도 저 책장 속으로 들어가 책들을 고르기 시작했어요.
너무 무겁지 않고 고민되지 않는 가벼운 책을 고르기로 마음먹고 이리저리 둘러보았어요.
조용하게 들리는 음악 소리와 책 사이에 파묻혀 있으니 저절로 힐링이 되더라고요.
누구나 하는 말이지만 아무런 거 생각지 말고 나도 이런 책방이나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주변에 독립 책방을 하는 분이 있어 이런 생각은 쉽게 하지 않는데 모든 조건이 허락한다면
해보는 것도 좋겠다 정도였어요.
책을 한 권 골랐습니다. 마스다 미리의 '오늘의 인생'
가볍게 읽기 좋을 거 같아 골랐는데 집에 와서 잠자기 전에 휘리릭 한 번에 다 읽었어요.
만원이 넘으면 연필을 하나 같이 주세요. 저거 안 쓴 거 같은데 어디 있으려나-
' 또 기회가 되면 들릴게요'라고 마음속으로 인사를 한 후 다음 장소로 이동.
소심한 책방
제주시 구좌읍 종달종길 29-6
영업시간
평일 10:00 ~ 18:00
(점심시간 12:00 ~ 13:00)
주말 12:00 ~ 18:00
때때로 휴무는 인스타그램에 공지한다고 해요.
@sosimbook
주인장이 직접 해외에서 사 온 티를 파는 '여행가게'
제가 다녀 간 후 2달 후에 남원으로 이사하셨네요.
사진을 보니 제가 갔던 종달리 매장보다 좀 더 넓어진 것 같아요.
다른 여러 가지 티도 많았지만 산을 타고 와서 당이 떨어진 저는 초코 티를 마셨답니다.
티 주문하니 저어기 달달한 디저트도 함께 주셨어요.
티를 마시며 벽 쪽을 보니 모아 온 차들이 한가득.
해외에서 가지고 온 티로 직접 블랜딩도 하시고 그러신다고 해요.
저렇게 많은 종류의 티를 보는 건 처음이라 가서 향도 맡아보고 그랬어요.
잘알못 하는 저는 구매를 따론 하지 않았지만 티를 구매하러 오시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종달리 매장은 테이블이 몇 개 없어서 들어와서 앉아 있으니 밖에서 웨이팅 하시는 분들이 생기더라고요.
저 혼자서 테이블을 차지하고 있다가 혼자 오신 것 같은 분께 합석해도 된다고 했더니
좋아라 하셨어요. 대화를 그리 하진 않았지만 각자만의 방법으로 그곳에서 잘 보내다가 갔답니다.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이렇게 할 순 없지만...
여행가게에 앉아 있었는데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더라고요.
알 수 없는 제주 날씨. 우산이 없는 저는 비가 그치길 기다리다 나왔어요.
저와 함께 비가 그치길 기다려 주는 사랑이.
여행가게에 가면 사랑이를 만날 수 있답니다.
아 여행가게 정보는 이사한 곳으로 올려놓을게요.
여행가게
서귀포시 남원읍 태위로929
영업시간
매일 11:00 ~ 19:00
휴무 일요일, 월요일
@travelshop_jeju
하루 종일 부지런하게 움직이고 집으로 돌아왔더니 오후 5시.
우선 씻고 냉장고를 열었어요. 산을 탔더니 배가 고프더라고요.
조금 이른 것 같았지만 그래도! 어제 먹다 남은 소라와 요요무문에서 받아온 야채를 꺼냈어요.
아 오면서 사온 소시지도 꺼냈어요. 루꼴라도 당연히 따왔지요.
야채와 소라, 루꼴라를 넣고 초장과 참기름을 살짝 무쳤어요.
그리고 소세지도 문어다리로 잘라서 구워주었답니다.
시원한 맥주도 한잔. 하- 정말 불태운 하루였어요.
날씨가 좋다고 너무 무리했나 싶더라고요. '내일 일어날 수 있겠지?' 란 생각이 들었지만
금세 '못 일어나면 어쩌겠어. 그냥 쉬어야지. 나에게는 앞으로도 많은 날들이 있는걸?'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부지런하게 먹고 밖을 보니 어느새 해가 지고 있더라고요.
마당에서 본 일몰.
'오늘 하루도 알차게 잘 보냈다. 잘 가라!'
내일은 무얼 하게 될지 알 순 없지만 제주에서의 생활을 나름 잘 보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것도 안 해도 어쩌겠어요? 가끔, 멍하게 보내는 시간도 필요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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